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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 자연13반 전종윤조회 4806 2019.02.18
  • 재수를 시작할 때 선생님들께서 나눠주신 합격 수기를 보고 힘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 합격 수기를 제가 쓰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말부터 수시에 대한 강박을 좀 심하게 받기 시작했고, 이 강박은 성적의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지원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를 선택하여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주변의 여러 유혹들을 뿌리치지 못하고 원하는 시간에만 공부를 하고 시험 때는 실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운에 의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줄어있던 실력에, 수능 때는 컨디션 조절도 실패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수학까지 밀려 써서 차마 대학을 선택하기엔 부끄러울 법한 점수가 나오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사실 재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존심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기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나의 기대, 그리고 나에 대한 기대마저도 완벽히 져버리기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이랬던 제게 재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다가왔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강대 기숙 윈터스쿨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이 때 공부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선생님들에 대한 믿음이 생겼으며, 공부를 하는 데에는 환경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수를 선택하게 되었을 때, 유혹을 잘 뿌리치지 못하는 저는 통학 재수나, 독학 재수로는 성공할 자신이 없었기에 기숙학원을 들어가기로 결정했고, 윈터스쿨을 통해 선생님들과 안면이 있고, 주변에서 입결이 좋다고 소문났던 강남대성학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능 성적이 부족해서 조기선발반 유시험 전형으로 강대기숙을 들어갔습니다. 남들이 한창 놀 때인 1월 초에, 졸업도 하지 않고, 갇힌 채 공부를 해야 한다는 현실은 너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들어간 지 1주일 만에 부모님께 나가겠다고 전화를 드린 적도 있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에 빠져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생활담임 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누고, 한 번 더 버텨보고, 부모님의 응원 편지를 받으며 하루하루 버텼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같은 반 학우들인 것 같습니다. 모두 다 같은 상황은 아니겠지만, 같은 반에서, 같은 고통을 감내하며 같은 목적을 이루려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듯 했습니다. 늘 반에서 졸지 않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늘 밝은 친구들에게선 활력을 얻었으며 잘 하는 친구들을 보며 내 공부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각자에게서 부족했던 것을 서로에게서 찾아가며 더 나은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적인 학습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계신 선생님들께서 잘 케어해주시고 하시지만, 워낙 학생들의 수가 많다보니, 스스로 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초반에 되게 조용히, 혼자 공부만 하고 싶어 했고, 계획도 잘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제가 필요한 조언은 못 얻고, 뭘 했는지 체크도 불가능했고, 친구들에게서 자료 같은 것들도 공유가 불가능했습니다. 학과담임 선생님과의 가벼운 면담 이후, 이렇게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고, 매일 시간별로 쪼개서 계획을 세우고 과목별로 하루마다 시간을 할당하고, 세웠던 계획표는 보관 후 나중에 복습할 때 이용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세세한 시간표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셨지만, 저 같은 경우는 세세한 시간표보다는 과목명과 소단원명, 페이지 정도로만 간단한 시간표를 세우고, 그날 했던 공부는 과목만 봐도 기억이 나게끔 공부했습니다.

     

    제 공부법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일단 국어는 기출을 정말 열심히 풀었습니다. 기출 같은 경우는 3번 정도 돌린 것 같은데 첫 번 째에는 시간을 잡아놓고 빠르게 푸는 연습을 하였고, 두 번 째에는 선지 하나하나 무슨 뜻인지, 출제자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고심하며 문제를 풀었고, 세 번째는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최대한 시간에 맞춰서 풀도록 노력했습니다. 수학 같은 경우는 최대한 모든 것을 식을 써서 풀었고, 어떤 개념이 쓰였는지도 최대한 뽑아내려 했습니다. 영어는 수특과 수완만 주제, 쓰인 표현 위주로 깊게 공부를 했고, 과탐같은 경우는 몰랐던 개념들을 조그만 개념 책에다가 모두 정리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보았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simplicity is the best 라는 말처럼, 어떤 과목을 공부하더라도, 가장 단순한 곳에서 답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기본에 충실하고, 알던 것이라도 다시 한 번 보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엄청나게 성실하다거나, 좋은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전자사전에 노래를 다운받아 들어가서 걸리기도 하고, 수업 때도 많이 졸았고 점심시간 저녁시간에는 탁구 치느라 바빴으며 화장실, 사물함 보건실 등 여러 곳에서 시간을 때웠습니다. 그랬기에 후배들에게 더 진심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강대기숙을 선택한 것에 대해 조금의 후회도 없습니다. 나름 즐거운 재수생활이었다고도 자부할 수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를 얘기하고 싶은데, 첫 번째는 친구들을 잘 사귀라는 것입니다. 선생님들 중엔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사실 기숙에서 사귄 친구들 덕분에 일 년 내내 공부에 집중을 잘 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스트레스도 풀고, 공부 얘기도 하고 편하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도 하며 더 큰 힘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는 늘 제가 부족한 것을 느끼면 자책을 하곤 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히려 저에게 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슬럼프에 빠지게 하기도 하고, 친구가 밉게 느껴지기도 했으며, 밥도 잘 안 먹게 되었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었던 것을 지금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부족해 보인다는 이유로 자책을 하는 것은 오히려 공부를 더 하기 싫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 번 째는 선생님들을 믿어라 그러나 자기 자신을 더 믿어라 라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의 방식을 모방하고, 선생님들의 조언을 따르고, 선생님들께서 추천해주신 대학들을 잘 고려해보되, 항상 선택은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사람 역시 본인이기 때문에, 각자 자신이 원하는, 그리고 바랐던, 그 자기를 잃지 않고 공부를 해 나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정말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겠지만, 진짜 늘 하는 말처럼 눈 한번 감고 참고 공부한다면, 눈을 떴을 때 원하는 것이 앞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